장애인전용주차구역-당신은 불편할 뿐이지만 나는 불가능하다

취재기자2 승인 2023.11.14 20:45 | 최종 수정 2024.02.15 14:15 의견 0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에게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 무슨 이야기인가 싶을 것이다.

척수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지인이 외출을 하고 돌아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를 하려고 들어서는데, 마침 누군가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먼저 차를 주차를 하고 내리고 있었다.

운전자를 보니 보행상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이여서, 그분에게 자신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니 주차 양보를 부탁했다.

그러나 그분 하시는 말씀이 “나도 장애인이다”라며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그래서 지인이 그분에게 한마디 했다고 한다. “당신은 다른 곳에 주차하면 불편할 뿐이지만, 나는 다른 곳에 주차가 불가능하다”라는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같은 척수장애인으로서 뼛속 깊이 공감이 되었다. 나또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장애인으로서 차를 가지고 외출할 때면 늘 주차가 신경이 쓰인다.

일반주차구역에 주차 공간이 아무리 많이 남아 있어도 내게는 그림의 떡으로 보인다. 하차할 때 옆에 차량이 없어서 편하게 내렸는데, 일을 보고 승차하려고 할 때 보면 내 차 옆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서 승차를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또 주차할 곳이 없어서 주차장을 빙빙 돌다가 빈공간이 있어도 일반주차구역에는 주차를 할 수가 없다. 주차를 한다 해도 너무 좁아서 내릴 수 없다. 휠체어를 내리려면 자동차 문을 활짝 열어야 하는데, 옆 차가 가까이 주차되어 있어서 주차는 할 수 있으나 하차를 못해서 포기한다.

이렇듯 보행상 장애인에게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사막에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그러나 간혹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를 하는 차량이 많다. 무엇보다도 장애인표지만 있고 주차가능이라는 문구가 없는 차량이 주차한 경우, 주차가능이 표시되어 있는 차량을 가족이 운전하고 주차하는 경우를 보면 씁쓸하다.

누구보다도 장애인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은 장애인의 불편함이 어떠한지 이해할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히 주차하는 모습을 보면 아쉬움이 많다.

한국에서 장애인주차구역은 1999년에 처음 도입되었다. 1999년에 시행된 장애인차량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장애인주차구역이 처음으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보행상 장애인이 자동차를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는 전용 주차구역으로, 보행상 장애인의 주차편의 및 이동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중복위반 건수는 2015년 10,434건에서 2019년 73,208건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6회 이상 적발된 건수는 433건에서 5,662건으로 13배 이상 늘었다.

지자체 또는 정부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대한 다양한 홍보를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 위반 사례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니 한숨이 나온다.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고 하는데, 장애인들이 살아가기에는 아직도 척박한 현실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불법주차 시 미국은 120만원, 일본은 230만원까지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여 철저히 단속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0만원의 과태료 부과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

강력한 법 규제로 장애인주차구역을 단속하여 장애인들의 주차 및 이동을 보호하는 것보다는 자발적인 법 준수로 교통약자인 장애인들도 불편함이 없이 주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보행상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이 겪는 생활의 불편함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만약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가 있다면 어떨까 라는 역지사지를 조금만 해본다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 주차는 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는 많아지고 주차 공간은 부족하다 보니 주차 전쟁이라고 한다. 모두가 주차로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더 약자에게 배려하고 양보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 살기 좋은 아름다움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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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주)우리기술'에 근무중인 장애인 근로자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ESG경영의 사회적(Social) 약자 지원을 위한 기업과 사회 모든 곳에서의 적극적인 실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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