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한 주거환경을 마련하자’

위 글은 ㈜우리기술에 고용된 장애인근로자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주)우리기술은 장애인의 안정적 자립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형성을 응원합니다.

시민기자단(장애인) 승인 2023.10.17 00:58 의견 0

장애인 탈시설화를 두고 장애인 단체들 사이에 대립이 되고 있다. 장애인 탈시설화에 대한 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부위원회 상임위에 회부되었기 때문이다. 법안은 10년 내 모든 장애인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 정신재활시설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 탈시설화의 의미를 살펴보자면 장애인 탈시설화란,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탈피하여 지역사회에 거주하도록 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유롭고 자신의 선택에 의하여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단체생활을 하는 시설에서는 정해진 시간과 프로그램에 따라 하루 일과를 보내야하기 때문에 자기 선택권에 많은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탈시설의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시설의 완전폐지를 주장하는 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장애인복지법에는 장애인 거주시설을‘거주 공간을 활용하여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 기간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시설’이라 정의한다. (장애인복지법 제58조 제1항1호) 장애인 복지법과 같이 이미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장애정도에 따라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거의 하루 종일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여성경제신문에 보낸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한 어머니의 호소문이다. 엄마는 늙고 병들어 105kg에 달하는 아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어쩌라는 겁니까. 아들과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어릴 땐 힘이라도 약했으니 제어가 가능했습니다.

최중증 자폐는 '우영우'처럼 마냥 착하지 않습니다. 성인이 된 자폐아들은 물건을 던지고 부수고 집안 곳곳을 망가뜨리는 게 일상입니다. 환갑이 갓 지난 저는 도무지 컨트롤할 수가 없습니다. 한 시간이라도 내 아들이랑 살아보세요. 제발 살아보고 말해주세요. 그런데 장애인 거주시설을 10년 안에 폐지하라니요. 모든 장애인이 의무적으로 나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요. 비장애인은 원룸이든 주택이든 아파트든 주거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데 왜 장애인은 선택권마저 박탈하나요. 특히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말도 안 되는 정책을 가지고 나오신 건가요. 묻고 싶습니다.

물론 장애인 탈시설을 찬성하는 단체는 활동지원사의 지원 시간을 최대한 늘려주면 해결 될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폭력성 있는 거구의 성인 발달장애인을 활동지원사 한 명으로만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여러명의 활동지원사를 한 사람에게 붙이기에는 많은 재정을 충당해야하는 부담감이 있다. 또한 시설에는 그래도 사회복지사,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조리사 등 전문가가 배치되어 있어서 상시적, 혹은 즉각적으로 장애인 개개인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할 수 있지만 개인 주거에서 사는 장애인들은 이러한 서비스를 필요시 응급처치와 같은 즉각적 대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탈시설을 요구하는 쪽은 일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장애인 거주시설을 여전히 1960~70년대 수준의 수용·보호시설로 보고 장애인을 격리·통제·억압하는 곳으로 표현하며 시설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탈시설화 만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탈시설로 거주시설에서 나가 지원주택에 살더라도 개개인의 욕구 및 특성과 상관없이 활동지원사나 주거 코디네이터에 의해 설계된 일방적·획일화된 생활, 또 다른 형태의 시설화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장애인이 시설에 산다고 해서 반드시 시설화된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시설 밖에서 산다는 자체만으로 시설화된 지원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

변경희 한신대 재활상담학 교수는 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에서 전달받은 유럽연합 보고서도 무분별한 탈시설 정책에 대한 우려를 경고하고 있다. 특히 지원과 돌봄이 절실한 최중증 장애인 돌봄 공백에 대한 대책 마련 없는 탈시설은 오히려 거주정책의 후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탈시설 정책을 시작한 복지 선진국에서의 주요 대상자는 정신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1960년대부터 발전된 정상화 이론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내 다양한 거주 서비스 모델이 마련되면서 발달장애인의 거주 선택권이 확대됐다. 무조건적인 탈시설은 준비되지 않은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방임되거나 학대받는 환경이 될 수 있다.

발달장애인 유형과 자립도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지역사회 자립보다 중요하다. 일상적으로 도움이 필요하고 자력으로 주택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택과 시설 등에 거주하면서 장애인복지관, 자립생활센터, 직업재활시설 등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발달장애인 주거 모형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욱찬 연구위원은 22일 서울시복지재단 주최로 열린 '제2차 장애인 자립 지원 포럼'에서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의 국제동향과 한국의 현주소'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장애인 탈시설화는 장애인이 대규모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운동·철학·정책 방향 등을 의미한다. 장애인 수용시설이 장애인에게 전문적이고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다는 명목으로 지어졌으나, 실제로는 지역사회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장애인을 오히려 격리한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오 연구위원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대규모 장애인 거주 시설을 감축·폐쇄하는 것은 탈시설화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장애인 탈시설화를 제대로 이루려면 거주 시설을 축소하는 것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서비스를 확충해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 또한 시설이냐 탈시설이냐의 이분법적인 극단적인 선택은 반대한다. 장애정도나 자신의 의사에 따라 지원 주택을 제공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되, 무조건 탈시설만을 주장할 것이 아닌 장애인 개개인에 맞는 주거환경과 직업훈련, 생활에 필요한 프로그램, 여가활동, 재활치료, 의료 시스템 등이 제공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며 좀 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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