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감기에 심하게 걸렸는데, 목이 심하게 잠겨서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말을 해보려 해도 발화 자체가 안 되어 내가 어떠한 말을 하고자 해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 같은 경우 군에서 사고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척수장애인 이라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늘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런데 말을 못하니 그 불편함이 더 가중되어 답답하였다.
청각장애나 언어장애, 발달장애가 있는 분들이 겪어야 할 불편한 삶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으나 어렴풋한 공감이 되었다. 말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의사 소통을 한다는 것은 마치 호흡과 같은 게 아닌가 싶었다. 산소가 부족하면 호흡하 기가 너무 답답할 것이다. 그런데 말을 못하니 그 답답함이 마치 산소가 부족한 곳 에서 심호흡을 아무리 해도 마음껏 호흡이 안 되는 느낌이랄까...
말이라는 매개체는 우리가 서로 상호작용함에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싶다. 말 즉, 언어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또 모두가 사용하는 언어가 각각 다 르다면 어떻게 될까?
엉뚱한 생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언어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는 심각한 현실의 문제일 것이다. 자신이 욕구와 필요, 감정 등을 표현하지 못할 때 갖는 답 답함은 내가 휠체어를 타고 생활할 때 여러 불편함을 겪는 바와 같이 크고 작은 불 편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생각을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사회적 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으로 인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지 만, 컴퓨터 장치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함으로 왕성한 과학 활동을 했다. 이렇듯 입으로 발화하여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어떠한 매개체나 신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것을 AAC(보완대체의사소통)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보완대체 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 은 언어나 의사소통 능력이 제한된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말한다.
AAC는 말할 수 없거나 의사소통 능력이 제한된 사람들이 일상적인 상호작 용, 교육, 직업 및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별히 매년 10월은 세계 AAC 인식의 달이다. 이는 AAC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AAC 를 사용하여 의사소통하는 다양한 방법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AAC는 뇌성마비, 지적장애, 자폐성장애와 같은 선천적 장애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루게릭병), 파킨슨병과 같은 후천적 장애를 포함한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사용한다.
특별히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의사소 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AAC를 통해서 의사소통이 안 되어 나타나는 도전적 행동의 감소나 사회적 활동의 참여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보완대체의사소통의 도구는 다양한데, 그중에 몇 가지만 알아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화면 기반 AAC(SGD - Speech Generating Devices): 터치 화면을 사용하여 텍 스트나 음성을 생성하는 장치.
둘째, 통신판(Communication Boards): 단순한 그림, 단어 또는 문장이 그려진 판으 로 의사소통을 돕는 도구.
셋째, 이미지 시퀀싱(Picture Sequencing): 이미지를 배열하여 일련의 이야기나 상 황을 표현.
넷째, 철자판(Spelling Boards): 글자를 연결하여 단어나 문장을 생성할 수 있는 도구.
다섯째, 철자 예측 소프트웨어(Predictive Spelling Software): 사용자가 철자를 입력하면 다음에 올 단어나 문장을 예측하여 제안해주는 소프트웨어.
여섯째, 안경 또는 머리 움직임을 사용한 컴퓨터 제어(Eye Gaze or Head Movement Control): 눈의 움직임이나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컴퓨터를 제어하고 의사소통 하는 방법
일곱째, 기호 체계(Symbol Systems): 특정 상황이나 객체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 는 기호들의 체계.
여덟째, 간소화된 음성 기기(Simple Speech Devices): 사전에 녹음된 단어나 구문 을 재생하여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기기.
아홉째, 화면 도우미 소프트웨어(Screen Reader Software): 컴퓨터 화면을 읽어 주 어 시각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돕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열 번째, 수화 및 제스처(Sign Language and Gestures): 수화나 몸짓을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 이러한 AAC 방법들은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선택되어 사용될 수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AAC어플을 다운받아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AAC검색을 하면 관련 어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어플을 이용한다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 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최소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은 이러한 AAC(보완대체의사소통)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용방법을 습득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 에게 적극 활용함으로 좀 더 원활한 의사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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