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가정폭력 경험률을 제시한 조사는 많지 않은데,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와 전국 장애인의 생활실태 및 욕구에 대한 정례조사인 장애인실태조사가 있다. 2010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서는 장애인이 지금까지 가정에서 경험한 가정폭력 비율은 48.2%며, 이 중 신체적 폭력 경험률은 23.2%로 나타나 장애인의 약 1/4이 가정 내에서 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Kim et al., 2011; 463-465).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는 장애인이 평생동안 가정에서 경험한 가정폭력 비율은 9.7%이며, 이 중 신체적 폭력 경험률은 9.0%인 것으로 제시하였다(Byeon et al., 2008: 295-296).
장애인이 경험하는 가정폭력이 비장애인과 어떠한 차이를 갖는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즉, 장애 그 자체가 가정폭력에 대한 취약성을 갖는지, 가정폭력 피해 이후 대처 행동이나 피하고자 하는 행동에 ‘장애’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다.
또한, 장애인의 경우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범위가 가족 외에 돌봄서비스 제공자인 자원봉사자, 활동보조사, 요양보호사 등 재활 및 치료 담당자 등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서적, 언어적, 혹은 신체적 폭력을 가정폭력의 범위 안에 포괄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확대된 범위규정과 학대 내용의 확대가 필요하다.
장애인의 인구학적 특성과 가정폭력 경험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로 Schumacher et al.(2001)은 낮은 교육 수준, 실업, 아동기 정서적 및 언어적 학대 경험이 가정폭력 피해 경험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가정폭력 피해 장애인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이다. Landis et al.(2005)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취하는 외부 도움 찾기 유형을 첫째, 친척, 친구, 종교지도자 등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즉, 사적 지지망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 둘째, 사회복지기관이나 상담가를 찾아가는 것 셋째,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넷째,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이러한 네 가지 도움요청 행동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71%를 차지한 사적 비공식 지지망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하였다(Jang & Kim, 2005: 130).
가정폭력 피해 경험자들의 경험적 지식에 의한 효과적 대처전략은 개인적인 피신이나 친구, 친척, 종교지도자 등을 활용하기보다는 공식적인 지원체계(경찰, 법원 등)를 활용하는 것이 폭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은 가정폭력의 재발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피해자의 우울을 완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실질적인 폭력 재발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폭력피해 경험으로 인한 피해자의 우울을 차단하는 완충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있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장애 여성의 약 18%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러한 외부도움 요청에는 장애인의 언어장애, 인지장애 등으로 인한 의사소통 제약, 경찰서, 법원, 가정폭력 서비스 기관에 대한 물리적인 접근의 어려움이 장해물로 작용한다고 하였다.
Chang, Huh, & Kim(2001 : 241-243)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상담기관 이용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시설 이용 여성 중 41.8%가 가정폭력 후 경찰에 신고한 경험이 있다고 하였으며, 경찰 신고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피해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폭력빈도가 잦고 심각한 폭력을 경험할수록, 가정폭력 관련법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경우라고 하였다.
이는 폭력의 빈번함이나 심각한 폭력과 같은 폭력 상황 요인이 피해자의 적극적 대처에 영향을 미침을 의미하고, 아울러 가정폭력방지법에 대한 인지가 적극적 대처를 하는데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애인의 장애수용 태도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대면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경험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 사회적 문제 등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이해되며, 선행연구에서는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높이고 장애인 가족의 건강함을 유지하는데 주요한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Jung & Kang, 2011; Kim, & Park, 2009).
이러한 장애수용 태도가 가정폭력 발생 시 피해 장애인의 외부도움 요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낮은 사회참여에 따른 고립감(socially isolation)을 경험하는데, 이로 인한 정보 접근의 제약과 사적 지원망의 부족은 장애인의 가정폭력 경험 이후의 외부도움 요청 등 대응전략에 있어서 제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Lightfoot & Williams, 2009: 138-139).
특히 장애 유형별 특성과 관련해서, 시각 및 청각장애인의 경우 외부 가정폭력 피해 지원체계에 대한 정보 부족, 일부 장애 유형의 경우 장애인 공동체의 강한 유대감이 오히려 가정 내 폭력 경험을 외부에 알리는데 장해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지적 장애 등 인지적 장애의 경우 가정폭력에 대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시 다른 장애 유형에 비해 더 많은 장해를 경험한다고 보고되고 있다(Curry et al., 2011).
폭력피해 장애인의 외부도움 요청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가정폭력 피해자의 외부도움 요청에 대한 요인과 함께 장애로 인한 특성도 같이 검토되어야 하므로 보다 복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 가정폭력 관련 법의 인식 유무, 가정폭력에 대한 허용적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장애인의 외부에 도움 요청에 장해요인으로 지적되었던 사회적 교류 정도와 장애수용 정도를 중심으로 가정폭력 피해 장애인의 외부에 도움 요청에 대한 좀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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